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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환자간 갈등도…일부 환자 돌아가거나 앱 깔기도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의료기관 방문 시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토록 한 정책에 따른 현장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병원은 ‘신분증 지참’을 안내하고 있지만, 환자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23일 서울 송파구 한 내과 의원에는 ‘신분증이 없으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정부에서 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진료가 불가합니다’ 등의 안내 문구가 붙어있었다.
해당 내과를 찾은 환자 김모(60)씨는 “이 병원을 20년을 다녔는데, 신분증이 없다고 그냥 돌아가라는게 말이 되느냐”라며 “모바일신분증 까는법도 몰라서 집에서 신분증을 가져올 생각”이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지난 20일부터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모든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신분증이나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있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의 취지는 타인 신분을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받거나 해외 거주자 등이 지인 명의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단골 병원의 경우 한 번 본인 인증을 하면 6개월 동안은 다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병원들은 환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입구에 안내문을 붙이고, 예약 환자에게 사전 안내 문자를 보냈지만, 현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서울 강동구의 한 병원에서는 한 명씩 신분증을 검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병원 관계자는 “시행 안내를 예전부터 했지만, 검사를 왜 하느냐고 따지는 환자들이 많다”라며 “문자로 사전에 안내를 했지만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는 환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복통을 호소하던 박모 씨(47)는 “신분증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회사와 가까운 병원을 방문했는데 진료가 안 된다고 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신분증을 안 가져온 경우에도 진료를 받을 순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평소의 3∼4배인 진료비를 내야 한다.
14일 내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사후 적용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대형병원에서는 신분증을 갖고 오지 않은 어르신을 위해 모바일 건강보험증 설치를 안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증,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과 같은 실물 신분증이 없어도 모바일 건강보험증이나 공동인증서, 간편인증 등 스마트폰으로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
강동성심병원은 환자 편의를 위해 자체적으로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부스를 마련했는데, 모바일 건강보험증 앱을 설치하려는 노인 환자들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일부 병원은 신분증을 안 가져온 고령 환자들에게는 본인 확인을 생략하는 곳도 있었다. 서울 광진구의 한 병원 간호사는 “일주일에 한 번은 보는 어르신들 마저 돌려보내는 것이 맞느냐”라며 “환자들 돌려보내는 과정이 너무 불편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병원이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본인 확인을 소홀히 한 병원은 1차(30만원), 2차(60만원), 3차(100만원) 등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가 차등 부과된다. 다만 8월 19일까지는 계도 기간이라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진 않는다.